2형 당뇨병의 병인 기전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일찍부터 밝혀져 왔습니다. 하지만, 2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 세포가 인슐린 저항성을 이겨낼 만큼 충분한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즉, 베타 세포의 기능 저하가 2형 당뇨병의 또다른 병인 기전이지요.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베타 세포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노화, 유전적 요인, 인크레틴 호르몬(GLP1, GIP) 저항성 혹은 결핍, 지방독성, 당독성,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베타 세포의 스트레스, IAPP(islet amyloid polypeptide)의 과분비, 활성 산소, 연증 반응의 활성화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슐린 저항성만큼 2형 당뇨병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베타 세포의 기능 저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베타 세포의 생리
사람 췌장 내의 랑게르한스섬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β-cell)가 ~60%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알파 세포(α-cell)가 ~30%,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을 분비하는 델타 세포(δ-cell)가 ~10%, 그리고 1%의 췌장 폴리펩타이드를 분비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 1). 각각의 랑게르한스섬은 100~500μU의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으며, 췌장 전체에는 약 백만개의 랑게르한스섬이 존재하여 (무게는 약 0.9g),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 10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베타 세포 끼리는 갭 결합(gap junction)으로 연결되어 서로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랑게르한스섬끼리는 컨넥신(connexin) 단백질과 기타 세포 간 접합 복합체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또한, 혈액으로 분비된 호르몬 자체도 다시 베타 세포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ATP와 아연 같은 비호르몬성 분비 물질과 신경전달물질도 베타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 출처: 1) Diabetologia volume 63, pages1966–1973 (2020)
2) http://www.vivo.colostate.edu/hbooks/pathphys/digestion/pancreas/histo_endo.html
2형 당뇨와 베타 세포
랑게르한스섬의 구조적 변화
당뇨병 환자의 부검 표본을 살펴보면, 비당뇨병인 사람에 비해 베타 세포의 양이 30~40% 감소해 있습니다. 베타 세포의 양은 인슐린을 면역 염색(immunostaining)한 것으로 측정하므로, 이는 베타 세포 내의 인슐린 과립이 줄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degranulation). 2형 당뇨병에서 보이는 베타 세포의 감소는 세포사멸(apoptosis)와 비정상적인 세포자식작용(autophagy)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베타 세포의 증식(proliferation)은 비당뇨인과 큰 차이가 없으며, 새로 생성(neogenesis)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또한, 당뇨병을 오래 앓아온 환자에서 혈관 분포 이상(vascular disarray)과 아밀로이드(amyloid) 침착도 관찰되는데, 이러한 랑게르한스섬의 구조적 이상과 기능과의 상관 관계는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베타 세포
인슐린 저항성도 베타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비록 2형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있지만, 당뇨 전 단계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이 없는 사람에 비해 랑게르한스섬이 더 크고, 인슐린 분비도 증가해 있습니다. 이는 인슐린 민감도가 낮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베타 세포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보통 비만인 사람에게서 점진적으로 혈당 수치가 조금씩 올라가거나,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s)의 증가에 대해 우리 몸이 만성적으로 적응하며 일어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이 외에도, 당뇨 전 단계와 2형 당뇨병 환자를 포함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베타 세포 대비 알파세포의 비율이 높다고 하며, 이는 베타 세포 선택적 세포사멸(apoptosis)에 따른 점진적인 베타 세포 양의 소실, 그리고 탈분화 및 재분화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포 배양 실험 케이스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형 당뇨병 환자의 랑게르한스섬 세포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포도당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이 더 적고, 인슐린 분비가 시작되는 포도당 농도는 더 높습니다. 또한, 비당뇨인의 랑게르한스섬 세포에 유리 지방산(특히, palmitate)이나 포도당의 농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며 장기간 노출시키자, 인슐린 분비량이 감소하였고, 동물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슐린 분비
공복, 식후, 운동, 스트레스처럼, 상황에 따라 정상 혈당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베타 세포는 여러 영양소(포도당, 유리 지방산, 아르기닌(arginine), 과당(fructose), 아미노산 등)와 호르몬, 신경 자극 등의 신호를 통합하여 인슐린 분비를 조절합니다. 이 과정에는 개인차가 존재하는데, 정상인과 당뇨 환자를 비교하자면, 인슐린에 민감한 정상인 어른은 75g의 포도당을 경구 투여 했을 때, 2시간 뒤에 정상 범위 혈당으로 유지하기 위해 0.5U의 인슐린만 필요하지만, 비만이고,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며, 포도당 민감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약 90배 높은 45U의 인슐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포도당의 정맥 혹은 경구 투여, 아르기닌, sulfonylurea (당뇨 치료제) 투여 연구 등을 통해 2형 당뇨병에서 베타 세포의 기능 저하가 확인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같은 혈당 수치일 때, 2형 당뇨 환자는 비당뇨인에 비해 더 적은 인슐린을 분비함이 보고 되었습니다. 이것은 포도당 민감도가 정상인에서 당뇨 전 단계, 당뇨로 갈수록 점차 감소되기 때문으로, 인슐린 저항성과 기타 다른 지표 외에도 당뇨 진행에 있어 잠재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인슐린 분비의 절대량도 포도당 민감성이 저하되는 것의 선행 지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형 당뇨 환자에서 혈당 농도의 증가 속도에 대한 반응성(속도 민감도, rate sensitivity)도 저하되어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서는 높아진 혈당과 높은 수치의 인크레틴 호르몬(GLP1, GIP)가 함께 포도당에 의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반면, 2형 당뇨 환자에서는 높아진 혈당만 포도당에 의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인크레틴에 의한 분비 촉진은 손상되어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조취를 해 주었을 때, 포도당에 반응한 공복 상태의 인슐린 분비와 전체적인 인슐린 분비는 감소하였으나, 베타 세포의 포도당 민감도는 향상되었습니다. 그 예로 외과적인 비만 치료가 베타 세포의 기능을 일부 회복시켰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베타 세포의 손실과 같은 양적 손상만으로는 당뇨병의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움을 시사하는데, 실제로 많이 진행된 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꽤 많은 베타 세포가 살아 있으나, 제대로 기능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형 당뇨병에서 저하된 베타 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당뇨 치료의 한 측면으로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참고자료
Nat Rev Dis Primers. 2015 Jul 23;1:15019.
Diabetologia volume 63, pages1966–1973 (2020)
Diabetes. 2014 Mar;63(3):99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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