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탄수화물이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기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베타 세포에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미노산과 인슐린 분비
단백질이 소화되면, 소장에서 아미노산(amino acid) 형태로 흡수됩니다. 아미노산은 혈당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약 22종이라고 하며, 종류에 따라, 노출 시간이나 아미노산 농도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기도 하고, 촉진하기도 합니다. 아미노산은 다양한 경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TCA 사이클이나 산화-환원 셔틀의 기질로 작용하여, ATP 생성을 증가시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2) 세포막에 존재하는 특정 아미노산 수송체를 통해 양전하를 띤 아미노산을 수송하여 직접 세포막의 탈분극(depolarization)을 일으켜,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3) 아미노산이 세포 내로 들어올 때, Na+이 함께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 결과 세포막이 탈분극되어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글루타민(glutamine)과 글루탐산(glutamate)
글루타민은 혈액과 세포외액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아미노산입니다. 베타 세포도 글루타민을 빠르게 소비하지만, 글루타민만으로는 인슐린 엑소사이토시스(exocytosis)를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글루타민 대사를 저해하였을 때, 포도당 자극성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글루타민이 대사되면, 아스파르트산(aspartate)과 글루탐산(glutamate)이 생성되는데, 이때 류신(leucine)이 함께 있다면, 글루탐산 탈수소효소(glutamate dehydrogenase, GDH)가 활성화되어, 글루탐산의 대사 산물이 TCA cycle에 이용되어, ATP 생성이 증가하고 인슐린 분비가 증가합니다.
글루타민으로부터의 글루탐산 생성은 베타 세포 내에서 항산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글루탐산이 γ-글루타밀 사이클(γ-glutamyl cycle)에 이용되어, 글루타치온 합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글루타치온은 잘 알려진 항산화 물질입니다. 따라서 글루타민 유도체가 베타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글루탐산은 또한 인슐린 소포 내에서도 발견되는데, 인슐린이 분비될 때 함께 세포 외로 분비되어, 베타 세포의 글루탐산 수용체(glutamate receptor)를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감소시키는 피드백 작용을 하기도 하고, 파라크라인(paracrine) 작용으로 주변의 글루탐산 민감성 알파 세포를 자극해 글루카곤 분비를 촉진해, 혈당 농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알라닌(alanine)
알라닌은 베타 세포에 흡수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특히, 세포 내 ATP와 Ca2+ 수치가 높을 때 포도당+아미노산의 인슐린 분비가 더욱 촉진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알라닌이 세포 내로 수송될 때 Na+이 함께 수송될 수 있는데, 이는 세포막 탈분극을 일으켜 K+ATP 채널과 독립적으로 Ca2+의 유입을 유도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 외에도 알라닌은 피루브산, 아스파르트산, 젖산(lactate) 등으로도 변환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대사 산물로 활용됩니다.
아르기닌(arginine)
아르기닌은 양전하를 띄는 아미노산인데, 세포막의 mCAT2A라는 전위 형성 수송체(electrogenic transporter)를 통해 세포 내로 들어오며, 직접적으로 세포막의 탈분극을 일으킵니다. 이는 전압 개폐 Ca2+채널을 열어, 세포 내로 Ca2+의 유입을 유도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흥미롭게도 아르기닌은 농도에 따라 베타 세포에 서로 다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생리학적 농도일 때는 사이토카인 매개성 세포사멸(cytokine-mediated apoptosis)을 줄여 베타 세포를 보호하며, 인슐린 분비를 일부 촉진하지만, 높은 농도일 때는 유도성 산화 질소 합성 효소(inducible nitric oxide synthase, iNOS)의 작용을 증가시켜서 베타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류신(leucine), 이소류신(isoleucine), 발린(valine) - 분지 사슬 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s)
류신(leucine), 이소류신(isoleucine), 발린(valine)과 같은 분지 사슬 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s, BCAA)도 인슐린 분비를 매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역할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분지사슬 아미노산은 유제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유제품의 섭취는 체중을 줄이거나 2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유청 단백질 가수분해물(whey protein hydrolysate)을 섭취하였을 때, 공복 인슐린 수치, 분비 및 혈당 조절이 좀 더 향상되었다는 보고도 있는데요. 이는 단백질 합성이 증가와 mTOR 신호 전달 경로 활성을 통한 열 발생, 보충 대사의 증가, 류신의 경우, 알로스테릭 활성(allosteric activation)을 통한 GDH의 활성 증가로 TCA 사이클의 활성 촉진 등이 그 이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반면, 고지혈 상태일 때 분지 사슬 아미노산의 혈중 농도가 높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만한 사람은 분지 사슬 아미노산의 분해 대사가 인슐린 민감도를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동물 실험을 통해 고지방+분지 사슬 아미노산 식이와 단독 고지방 식이를 비교하였을 때, 고지방+분지 사슬 아미노산 식이를 한 그룹은 체중은 일반 식이를 한 그룹과 비슷했으나, 인슐린 저항성은 단독 고지방 식이를 한 그룹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분지 사슬 아미노산은 만성적인 mTOR의 활성화를 일으켜서 골격근의 인슐린 수용체 기질 1(IRS1)의 인산화 증가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킵니다. 이처럼 분지 사슬 아미노산과 인슐린 분비 및 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사 질환의 발달과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출처: The Review of Diabetic Studies, 2008, 5, 4, 232-244.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몇몇 중요한 아미노산은 인슐린 분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생화학, 생리학적 기전으로 그 과정을 매개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글루타민, 글루탐산, 알라닌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은 추후 더욱 많은 연구를 통해 당뇨병 예방이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Journal of Endocrinology (2014) 221, R105-R120
The Review of Diabetic Studies, 2008, 5, 4, 23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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